[위 사진은 내용과 관련 없음/자료=국토교통부] 전국적으로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이 대규모로 방치되어있어 해결방안이 시급하다.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이란 도시계획시설로 결정 및 고시되었지만 여러가지 요인으로 인해 사업이 시행되지 못한 채 방치되어 있는 시설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오는 2020년이면 ‘도시계획 일몰제’가 시행되어 자동 해제되는데, 그에 대한 대책도 미비한 실정이다. 도시계획시설은 도시의 골격을 형성하고 도시의 기능이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해서 필요한 기반시설이기에 공공의 규제가 있어야하지만, 동시에 국민의 재산권은 보호받아야 한다. 이에 도시계획시설 지정 및 정비제도가 현실에 맞게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과 보상운용제도
1962년 도시계획법제정 이후 도시의 합리적인 토지이용을 촉진할 수 있도록 기반시설의 공급이 필요하게 됐다. 때문에 실제 집행 가능여부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도시계획시설이 결정되고, 시설의 집행이 장기간 지연되어 개인 사유재산권에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 이에 당시 논란이 커졌고,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사정 등으로 인해 장기간 재산권행사에 제한을 받은 토지소유주로부터 많은 민원이 제기됐다. 결국 1999년 장기간 미집행으로 인한 과도한 사적재산권의 제한에 따른 헌법소원에서 불합치 판정이 내려지면서, 2000년 관련법령이 제정됐다.
[자료=국토계획법] 이때 도입된 것이 ‘토지매수청구권’이다. 이는 도시계획시설로 결정된 후 10년이 경과하도록 시설설치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 토지소유자가 자치단체장에게 그 토지의 매수를 청구할 수 있는 제도이다. 단, 토지 중 지목이 ‘대(垈)’인 토지에 한한다. 매수청구를 받은 단체장은 6개월 이내에 매수여부를 결정해야하고, 2년 이내에 해당 토지를 매수해야한다. 만약 단체장이 이를 이행치 않을 경우, 토지소유주는 개발행위허가를 받아 3층이하 단독주택 혹은 근린생활시설 및 공작물 설치가 가능하다.
토지매수청구권과 동시에 ‘도시계획시설결정의 실효제도(일몰제)’도 도입됐다. 이는 도시계획시설이 고시일로부터 20년이 경과할 때까지 시설설치를 하지 않은 경우, 고시일로부터 20년이 되는 날의 다음날에 해당 고시는 해제된다. 이 실효제도는 도입법률(당시 도계획법) 시행일을 기점으로 하고 있어, 2000년 7월 1일 이전에 고시된 시설은 모두 일괄적으로 이날이 기산일이다. 다만, 종전의 ‘국토이용관리법’에 의하여 고시되고 도시계획시설로 볼 수 있는 비도시지역의 공공시설 또는 공공건축물의 기산일은 국토계획법 시행일인 2003년 1월 1일로 한다.
2000년에 관련법령이 바뀌고 실행됐지만, 그 실효를 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2012년 4월 ‘의회의 해제권고제도’가 새로이 도입됐다. 이는 국민의 재산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도시계획시설로 결정된 후 10년이 지날때까지 시설설치가 안된 경우, 해당 지방의회가 자치단체장에게 그 시설의 해제를 권고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권고를 받은 단체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지 않는 한, 1년 이내에 해제를 위한 도시관리계획을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 제도는 시행과정에서 권고 받은 시설을 바로 해제하려 해도, 기본계획의 변경을 선행해야 했기 때문에 평균 1년 이상의 추가 시간이 소요됐다.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는 지방의회가 해제권고 한 시설은 선 시설해제, 후 기본계획 변경이 가능하도록 지침을 개정했다. 다만, 도시의 장기적 발전에 대한 전략적 계획인 기본계획의 취지를 고려하여, 도시의 공간구조 및 발전방향에 영향이 없는 범위 내에서 5만㎡ 이하의 공원·유원지로 적용 대상을 한정했다. 따라서 전국 2만~5만㎡ 규모의 장기미집행 공원(642개소, 175만㎡)을 지방의회 해제권고 제도를 통해 해제하는 경우, 개정된 지침에 따라 평균 1년 이상 걸리는 기본계획을 변경하지 않고도 도시계획시설에서 해제할 수 있게 되어 해제절차가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자료=제주발전연구원]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문제는 ‘재정’이다
1999년 헌법불합치 판정으로 10년 이상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에 대한 토지매수청구권 제도가 도입됐지만, 이를 지원하기 위한 재정적 지원은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또한 2020년 7월부터 적용되는 실효제에 따른 도시계획시설의 해제 등을 위한 제도적 지원은 물론 지자체의 사업진행을 촉진할 수 있는 장치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특히, 그동안 도시계획시설은 지속적으로 지정·고시되고 있지만, 도시계획시설이 해제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재정적 제도적 방안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한다.
제주발전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에 토지매수청구가 가능한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용지는 23,855천㎡에 달한다. 시도별 매수청구 대상토지는 면적기준으로 경북, 전남, 경남 순이며, 금액기준으로는 경북, 부산, 서울 순으로 나타난다. 매수실적은 경북, 경기, 울산이 비교적 높았다. 전국매수실적에서 금액은 1조원 이상으로 나타났고, 대전, 전북이 4천억원이상으로 가장 많았으며, 인천, 광주, 울산은 10억원 내외로 나타나 아직까지 전국적으로 토지매수청구가 많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중 매수청구의 비율은 12.3%로 낮은 수준이고, 금액기준으로도 13.5%에 불과하다.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에 대한 토지매수청구권이 10%내외로 나타나는 이유로 토지매수청구권제도에 대한 인식 부족과 공시지가의 매수청구가가 현실가격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하고 있음을 꼽을 수 있다. 또한, 일반적으로 도시계획시설의 집행에 따른 보상가가 현재 매수청구에 의한 보상가보다 높다보니 토지소유주들도 쉽게 나서지 않고 있다. 이에 제도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제대로 정착되지 않는 것이다.
또한 지자체별로 복지 등의 재정적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면서 도시계획에 대한 재정투자는 상대적으로 적다. 이와 더불어,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도 크게 개선되지 있지 않고 있다. 날로 증가하는 토지보상비 및 공사비 등의 사업비 역시 지자체의 재정문제를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2011년 기준으로 전국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의 추정사업비가 약 214조원에 달한다. 이에 중앙정부 차원에서 기금을 마련이 필요하며, 지자체는 도시개발권발행 등을 통해 사업비를 확보하는 다양한 방안이 고려되어야 한다.
한편, 전문가들은 도시계획시설의 재정비가 지자체에 국한되어 진행됨으로써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이 크게 양산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도시계획시설의 지정 및 고시, 집행에 대한 가이드라인 및 재정적 지원제도를 동시에 마련하여 이를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정비하도록 하여야 하나 이러한 종합적 제도가 부재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제는 7년 뒤 다가온 ‘일몰제’에 대한 대응방안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한다. ‘일몰제’를 앞두고 지자체들은 도시계획시설의 재조정에도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도시계획시설의 재조정 및 사업시행의 추진을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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