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제한구역제도는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 방지, 도시주변의 자연환경 보전 등의 이유로 1971년 도입됐다. 최초 지정된 이래 40년이 넘게 운용되고 있을 만큼 개발제한구역제도는 서울을 비롯한 우리나라 도시의 급속한 팽창을 막고, 도시연담화를 방지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개발제한구역을 시대변화 흐름에 맞지 않고, 지역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규제로 도시의 발전을 막는 요인으로 보기도 한다. 이에 개발제한구역은 최초 지정목적이 크게 변하지는 않았지만, 시행령과 시행규칙은 지속적으로 개정돼 왔다. 때문에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된 지역도 많아졌고, 구역 내 주거시설이나 근린생활시설의 설치도 일부 가능해졌다. 사회·경제적 패러다임의 급속한 변화 속에 있는 현재, 개발제한구역은 변화의 문 앞에 서 있다. [위 사진은 내용과 관련 없음/자료=국토교통부] 도시의 무질서한 개발을 막는 ‘그린벨트(Green Belt)’
개발제한구역은 그린벨트(Green Belt)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린벨트는 E. Howard의 전원도시(garden city)에서 처음 논의됐다. 18세기 산업혁명은 도시환경의 악화를 초래했으며, 이런 문제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등장한 것이다. 이에 전원도시는 그린벨트 설정 등을 통한 기존 도시와 격리된 신도시 건설을 제시했다. 하지만 도시의 무질서한 개발은 계속됐고,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 등의 문제가 발생하자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발전(ESSD: Environmentally Sound and Sustainable Development)’에 대한 국제적인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린벨트가 제도적으로 확립된 대표적인 나라로 영국을 꼽을 수 있다. 영국은 1935년에 그린벨트법을 제정했고, 환상녹지대를 형성 했다. 1947년에는 도시 및 농촌 계획법을 제정, 영국 전역으로 확산했다.
영국뿐만 아니라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프랑스, 네덜란드, 러시아 등 선진국 8개국은 자연보호 등을 위해 그린벨트제도를 도입해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이들 나라는 각국의 실정에 맞는 개념으로 제도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성장관리정책을 통해 자연환경, 도시 확산 방지를 위해 각 도시별 그린벨트를 운영하고 있고, 네덜란드도 도시확산억제, 교회지역 보전을 위해 그린벨트를 시행하고 있다. 호주의 경우는 주변지역 자연경관 보호와 시민들을 위한 관광·위락공간으로 제공돼, 영국의 그린벨트와 차이가 있지만 건축 행위를 엄격히 제한하는 것은 유사하다. 한편, 일본은 도시성장 억제, 환경보전의 이유로 제도를 도입했었지만, 1965년 폐지, 시가화 조정구역으로 개편됐다.
[해외 각국 그린벨트제도/자료=감사연구원] 우리나라도 1960년대 이후 급속한 산업화, 도시화로 인해 서울, 부산 등의 대도시에서는 인구가 급증하고,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이 가속화 됐다. 또한 도시의 주택·교통·상하수도 등 여러 문제가 심화되기 시작했다. 이에 1971년, 영국의 그린벨트제도를 모델로 ‘도시계획법’이 개정되면서 ‘개발제한구역’이라는 새로운 제도가 포함됐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일부지역을 대상으로 지정되기 시작하면서 총 8차례에 걸쳐 전 국토의 5.4%에 해당하는 5,397㎢의 면적(서울시와 5개 광역시, 28개시, 36개군)이 지정됐다. 지목별로 보면 임야 61.3%, 밭 15.8%, 논 8.9% 대지 및 잡종지 14% 등으로 구성됐다. 그 이후, 1990년대까지 개발제한구역에 대해 엄격한 규제가 유지됐다.
지켜야할 개발제한구역, 대부분의 해제
개발제한구역은 최초 지정된 이래 한번도 해제된 적이 없을 만큼 철저하게 강압적으로 관리됐다. 그 결과 구역 내 거주 주민의 불만이 고조됐고, 불법적·파행적 토지이용이 행해지는 등 제도의 합리적 개선에 대한 요구가 증가했다. 이에 1999년 7개 중소도시권(춘천, 청주, 전주, 진주, 통영, 여수, 제주)을 중심으로 개발제한구역 1,103㎢를 해제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정부의 원칙은 ‘풀 곳은 풀고, 묶을 곳은 묶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환경평가를 실시해 등급이 낮은 지역을 일정한 단위로 해제했다. 전면해제가 됐던 중소도시권의 개발제한구역 중 60%는 보전지역으로 지정되고 나머지 40%는 개발가능지로 지정됐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정책변화/자료=경기개발연구원] 또한 7개 대도시권(수도권, 부산권, 대구권, 대전권, 광주권, 울산권, 마창진권)은 환경평가 등급에 따라 부분적으로 해제가 됐다. 대도시권의 해제된 구역 중 1,2등급지는 보전지로, 4,5등급지는 개발가능지로, 3등급지는 보전 또는 개발가능지로 각각 지정하도록 했다. 이후 2000년에 ‘개발제한구역의지정및관리에관한특별조치법’(이하 개발제한구역특별법)이 제정되면서 관리계획이 수립되고, 주민지원사업, 매수청구, 보전부담금 등이 도입됐다. 개발제한구역은 이후로 몇 번의 해제가 더 있었다. 2008년, 제1차 광역도시계획 수립을 통해서 남은 전체 개발제한구역 4,294.0㎢ 중, 343㎢가 집단취락지역, 국민임대 주택건설사업, 택지개발사업, 산업단지, 관광단지 등의 조성을 위해 해제했다.
또한 2008년 ‘국민임대주택건설등에관한특별조치법‘에서는 개발제한구역 내 해제가능지역에 임대주택단지 예정지구를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추가됐다. 이어 2010년 ‘개발제한구역의지정및관리에관한특별조치법’에서는 대상도시의 인구, 산업, 교통 및 토지이용 등 경제적, 사회적 여건과 도시 확산추세, 그 밖의 지형 등 자연환경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지정 및 해제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추가됐다. 2013년 기준 개발제한구역 면적은 3,868㎢로, 초기 지정면적 5,397㎢ 대비 71.7%만 남게 됐다. 대도시권은 약 9.9%가 해제됐으며, 중소도시권의 개발제한구역은 전면 해제된 것이다. 서울의 경우, 분당신도시(19.6㎢)면적과 맞먹는 17.15㎢가 개발제한구역에서 풀렸다.
그동안 정부는 오랜기간 국민임대주택사업, 택지개발사업 및 산업단지 건설 등 국책사업과 난개발 등으로 보전의 필요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집단취락지구를 대상으로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해왔다. 전문가들은 개발제한구역 해제가 환경우선이나 환경보전보다는 개발이익을 중시해 해제기준을 무시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각종 개발사업들이 해제지역은 물론 인근 지역에까지 커다란 개발압력으로 작용해 대도시의 외연적 확장을 부채질했다는 것이다. 개발제한구역이란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밑거름으로써, 개발과 보전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도시성장 관리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변화하는 도시성장에 발맞춰야 하지만, 도시성장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해야할 의무도 있다. 궁극적으로 개발의 양적 측면보다 질적 측면을 강조하고 향상시키기 위해서 개발제한구역이 어떤 역할을 해야할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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