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31)  Á¶È¸¼ö : 3336

 

이종호 교수(52)는 현재 대학로에 <메타건축>을 운영하고 있는 건축가 겸 교수다. 유명한 김수근 선생의 문하에서 10년을 공부한 후 <스튜디오 메타>를 만들면서 비로소 자신이 생각하던 건축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고, 현재 한국 예술종합학교의 건축과 교수로 있으면서 교내의 도시건축연구소에서도 활발한 연구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는 학교에서 꽤 인기 있는 교수로 알려져 있다. 본업인 건축에서 왕성한 창작활동을 벌이면서도 학교에서 젊은이들을 만나 그들을 제대로 된 건축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끄려고 하는 그의 진정성을 이해하는 이들이 많다고나 할까. 그래서인지 그를 만나서 인터뷰하는 과정 내내 마치 건축을 처음 접하는 학생이라도 된 것처럼 나도 모르게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사회적으로 조정자 역할을 할 수 있는 건축가들을 길러내는 데 남다른 관심을 보여 왔다. 뜻이 맞는 건축가들과 함께 사비를 털어 SA(서울건축학교)를 설립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SA는 매년 한 지역을 정해 건축학도와 건축가들이 함께 도시를 탐험하고 발전적 대안을 찾아보는 워크숍을 열고 있는데, 올해로 12번째를 맞이하며, 여기서 축적된 네트워크를 통해 도시의 여러 분야에 접목시키는 활동을 하게 된다.

그런 이종호 교수에게 한국예술종합학교의 교수직은 어쩌면 천직이라 볼 수 있다. 그 스스로도 아주 즐겁고 재미있는 시간들이라고 말할 정도다.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까지도 스스럼없이 내세워 학생들과 같이 고민하는 것조차 그에겐 즐겁다.

“우선 재미있습니다. 내가 잘 모르는 것을 던져놓고 같이 고민할 때 그 즐거움이 가장 크죠. 서로 토론하면서 새로운 것을 알아갈 수 있다는 것이 저에게는 큰 도움이 됩니다. 물론 의무감도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지금 무언가를 전달해서 내가 아는 것을 그 친구들도 알게 해주는 것보다는 지금 저에게 배우는 학생들이 2~30년 후에 자신의 잠재력을 어떤 식으로든 발현할 수 있도록 튼튼한 기본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어떤 말도 안 되는 논리를 펴더라도 우선 끝까지 듣고 크리티컬하게 반응해주고 한 번 더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해서 자기 자신을 찾아나갈 수 있는 힘을 확보한 후 사회로 내보내려하고 있습니다.”



(사진1 : 바른손센터)


 

‘사람에 대한 관심’으로 새로운 건축문화를 꿈꾼다

이종호 교수가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메타건축의 시작과 동시에 작업했던 <바른손 사옥>이 김수근 문화상을 받으면서부터다. 그의 나이 33세 때의 일이니 일찍부터 주목받은 건축가란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다. 그는 작품을 만들 때 가장 먼저 ‘사람에 대한 관심’에 대해 고민한다고 말한다.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이나 삶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가장 먼저 파악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는다는 그. 그런 그의 생각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 <바른손 사옥>이다. 도시에 깊게 관여하지 않으면서도 직선과 곡선이 어우러진 건물의 모습은 그 시절부터 무절제한 건축이 난무하는 요즘의 모습을 예견한 듯 지금도 시대를 앞서가는 도시건축의 한 예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종호 교수의 대표작을 꼽으라면 <박수근 미술관>이 가장 앞에 나온다. <박수근 미술관>은 세계적인 화가 박수근을 기리기 위해 생가가 있는 강원도 양구에 건립된 군립미술관으로 2001년 당시 이종호 교수는 관람객으로 하여금 박수근 선생과 가난했던 어린 시절부터 독학으로 이어져 온 그분의 작업을 경험할 수 있게 만드는 일련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이 작업에 착수했다. 사람에 가장 먼저 관심을 가진다는 그의 고민이 그대로 드러난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예컨대 기념해야 될 일이 생겼을 때 사람들에게 기념이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사회가 자꾸 기념관을 짓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럴 때 기념관은 어떻게 지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건축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 결과로서 박수근 미술관은 미술관을 찾는 이 누구라도 건축 자체로서 바로 박수근을 느끼게 만들고 있다. 또한 박수근이라는 화가를 만들었을 양구의 산과 들을 미술관 건축을 통해 더욱 극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공공디자인은 그 도시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이 더 우선이 되어야 한다.

요즘 서울시를 비롯한 여러 지자체에서 공공디자인 관련 시책을 내놓고 있다. 새로운 도시문화를 만들어 관광수요를 늘리고 세계 속의 도시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이에 대해 이종호 교수는 진행되는 여러 사업들이 미래와 도시경쟁력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고 본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말은 뒤에 이어졌다.

“우리의 공공디자인 시책은 결정적으로 현재 그 도시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이 항상 부차적으로 떨어진다는 취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항상 바깥 세계에 목이 말라서 우리들의 호주머니는 그들과의 교류를 통해 확보되어야 한다는 개발독재시대의 패러다임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지금 우리의 집을 설계할 때도 실제로 생활하게 될 내 가족보다도 손님이 방문했을 때, 제사를 지낼 때 등을 먼저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외국인이 우리 도시를 방문해서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는 패러다임에 항상 뒷전으로 밀려있는 것은 우리 내부의 구성원에 대한 사항들입니다.”

현재 진행 중인 대부분 문화도시 프로젝트의 최대의 목표는 ‘경제적 이익’의 증대다. 하지만 이런 경제적인 이익은 주체가 되는 사람들이 당당하게 자기의 삶을 즐거워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으면 당연히 따라오게 된다고 이종호 교수는 말한다.

“우리는 해외 유명 도시를 여행할 때 그곳의 광고를 보고 찾아가지 않습니다. 그 도시에 사람들의 생활이 근사하고 행복하게 보이기 때문에 찾아가는 것입니다. 물론, 일부 도시들은 애초에 손님맞이용으로 만들어진 곳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도시들은 내부적으로 곪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베니스를 들 수 있습니다. 베니스는 지금 유원지화 되어 내부의 삶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 도시를 구성하는 사람들은 일은 도시 안에서 하면서도 개인적인 공간은 도시 바깥에 두고 있습니다. 이미 그곳은 생활이 가능한 곳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머지않아 베니스는 지금의 베니스와는 다른 곳으로 변할 것입니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방문의 동기도 떨어질 것이고, 자칫하다가는 도시가 소멸될 수도 있습니다.”

도시에 어떤 의지를 집어넣고자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해야 되는 것은 그 도시를 사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의 경우 이를 간과하고 있다. 그래도 우리에게는 지금의 실정을 걱정하고 미래를 새롭게 준비하는 이종호 교수와 같은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이러한 분들이 꾸준히 나와야 문제제기와 사업 참여를 통해 지금의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사진2 : 박수근미술관-별빛)

 

디자이너는 모든 잠재력에 상상력을 결합하는 사람이다

“모든 건축가들은 기본적으로 땅에 대한 관심을 가집니다. 저는 이것을 넘어서서 땅이 가진 ‘잠재력’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건축 작업은 땅이 가진 잠재력에 시설이 요구하는 상상력을 결합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디자인이 마찬가지입니다. 아직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무엇인가를 탄생시키려는 디자이너들의 욕구가 있을 때, 그때 드러나는 것이 잠재력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기념관, 미술관 등을 많이 해왔지만 사실 어떤 작업이든 비슷합니다. 건축 자체가 땅 위에 존재하는 것이므로 땅에 무엇인가를 해보려는 의지를 결합시키려는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이 건축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건축은 모양을 만드는 일이 아니고, 근사한 공간을 만드는 일도 아니며, 누군가가 원하는 장소를 만드는 일입니다. 저는 건축가이므로 이런 일을 합니다. 따라서 각자 맡은 일이나 최초에 가진 역량은 다르겠지만, 모든 잠재력에 디자이너의 의지를 부여해 하나로 모을 수 있다면 진정한 디자이너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도시는 지금까지 인간의 상상력으로 이루어져왔다. 모든 도시의 이론이라는 것들이 도시의 현상보다 앞서서 있었던 시기는 없었다. 도시의 현상은 이미 저만큼 가고 있는데 우리는 항상 뒤따라서 분석을 해왔을 뿐이다. 그렇다면 그런 도시이론을 근거로 어떤 계획을 해낸다는 것은 시간적으로 또 얼마나 뒤처지는 것이겠는가? 이런 괴리를 없애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잠재력에 상상력을 결합하는 일이다. 그래서 이종호 교수는 디자이너라면 어떤 종류의 정량적이고 기계적인 차원을 떠나서 항상 도시를 살아갈 사람들과 같이 상상력을 발동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사업 초기에는 괜찮았는데, 실행하거나 작업을 끝내놓고 봤을 때 디자이너와 사업 주체의 생각에 괴리가 발생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그는 이런 현상이 디자이너들이 변해가는 시대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며, 특히 사람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인문학적인 사고와 분석적, 학술적으로 따질 수 없는 상상력 등이 모자랄 때 발생한다고 말한다. 즉, 디자이너는 모든 것이 가진 잠재력을 파악하고 상상력을 결합하여 결과물을 창조해낼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이종호 교수는 디자이너를 꿈꾸는 사람들을 위해 이런 말을 전한다.

“공공디자인이 도시의 모든 것에 대한 작업은 아니지만 도시의 주요한 문제를 다루는 일임은 분명합니다. 그러므로 공공, 공공성, 공공영역에 대해 인식하고 행동하는 누구나가 공공디자이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훗날 길거리의 쓰레기통을 디자인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도시 전체의 개념을 재조명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지만, 디자이너는 각자 작업의 차원이 다르고 개인 역량의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불문하고 공공이라는 단어는 너무나 중요한 개념을 내포하고 있으며, 이 파편화된 사회를 이어주는 데 공공적 가치를 지닌 의식 있는 디자이너의 힘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여러분이 그 역할을 해주기를 즐거운 마음으로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이종호 교수는 1957년 서울 출생으로 한양대학교를 졸업하고 건축가 김수근 선생의 <공간>에서 10년을 수학한 후 1989년에 문화집단 <스튜디오 메타>를 설립했다. 이곳에서 축제 기획, 무대 디자인, 문화시설 컨설팅 등 다양한 문화 활동을 동반한 건축 행위를 통해 베니스 비엔날레와 광주 비엔날레, 부산 비엔날레 초대 작가로 참여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박수근 미술관> <헤이리 아티누스> <율전교회> <바른손 사옥> <홍천 팜파스 휴게소> <명지대학교 방목기념관> 등이 있다. 바른손 사옥으로 김수근 문화상을, 명지대학교 방목기념관으로 건축가협회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두 번에 걸친 아천상 등 여러 수상 경험을 가지고 있다. 학교에 있는 도시건축연구소를 이끌며 여러 도시들의 기본구상 작업을 진행해 왔고 최근에는 국토해양부에서 국가연구개발 사업으로 역점 추진 중인 차세대 고속철도의 외형 및 실내 디자인을 담당했다. 현재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을 도시 공공영역으로 새롭게 만들어 내는 작업을 아주 즐겁게 진행하고 있다.

 

 


±â»çÀÛ¼º : 관리자
¤ý 창조적인 생각과 열정을 가진 디자이너의 세상을 꿈꾼다, SDU KOREA 정소라 대표
¤ý 겸허한 자세로 자연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ý 실무에 강한 디자이너를 육성한다, 한국공공디자인지역지원재단 윤종영 이사장
¤ý 무한한 잠재력의 도시를 깨우는 건축가, 이종호